한줄 詩

사랑이란 - 김익진

마루안 2021. 7. 22. 21:59

 

 

사랑이란 - 김익진

 

 

사랑은 탐험될 수 없는 은하

별들 속에 반짝이는 별

빈 공간에 가득한 어둠처럼

보이지 않으나 실재한다

 

우주의 무한한 팽창처럼

영혼은 원자의 불확실성

사랑은 어쩌면 일시적인 융합 후

긴 분해의 표류다

 

사랑의 본질은 알 수 없는 심연

영혼을 찾아가는 길 위에는

언제나 눈비가 내리고 녹는데

내 것이 아닌 것을

잃어버린 후

힘들어하면 사랑이라 한다

 

자유로웠던 마음이

과거에 잡혀 있고

안개 속 헤드라이트를 보고

고양이처럼 두리번거리면

사랑이라 한다

 

눈물 가득한 눈으로

새벽을 바라보면

누군가 사랑이라 의심하고

살아있음으로 충분한데

무중력의 영혼을 잡으려 하면

그것은 분명 사랑이다

 

사랑은 반드시 담론의 대상이 있고

구체적이다

 

그리하여 사랑이란

정교하지만 보이지 않는 소비의 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우는 것이다

 

 

*시집/ 사람의 만남으로 하늘엔 구멍이 나고/ 천년의시작

 

 

 

 

 

 

삶의 중심을 잃을 때 - 김익진

 

 

삶의 중심은 흔들린다

 

절뚝거리며 부르는 우리들의 노래는

소외의 끝자락, 태양이 없는 곳

멀리서 보면 둥글고 온화해 보여도

세상은 치명적인 침묵이다

언제나 흔들리는 고독으로

구름과 새들이 휴식하기에도

하늘이 너무 크다

 

삶의 중심을 잃을 때

슬픈 공기는 자궁마저 빨아 먹고

검은 계곡은 하늘 소리도 못 듣는다

숲속은 날지 않는 새들의 그림자뿐

바다를 찾던 강물 거품은

암염 채굴장 호숫가에 다다라

얼음 위를 걷게 한다

 

도시의 불빛이 먼 곳에서 보이고

찬바람이 세차게 파고들어

작아지는 비누처럼 비명을 지를 때

언 묵주를 굴리며 걸으면

알알이 따뜻해진다

 

거대한 은하계 회오리 속

흔들리는 궤도 위에서도

별들의 계획에 중심을 두고

이마를 찔렀던 가시관을 따라가면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