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줄 音

마리아 - 울면서 후회하네

마루안 2021. 4. 29. 22:05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러나 저녁 8시 뉴스는 빼 놓지 않고 보고 본방 놓치면 나중 유튜브로 꼭 본다. 예전에는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가 고정이었으나 요즘은 MBC 뉴스 데스크로 옮겼다. 그 외 가끔 스포츠 중계 정도 보는 것이 TV 시청의 전부다.

 

코로나로 바깥 출입을 자제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어도 나의 TV 멀리 하기는 마찬가지다. TV 시청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기에 굳이 보는 걸 말릴 이유는 없다. 내 경험 상 TV를 가까이 하면 재미에 비해 너무 많은 걸 잃기 때문에 멀리할 따름이다.

 

누군가는 TV 예능 프로가 세상 사는 낙일 수 있고 누구는 게임하는 게 젤 재밌고 누구는 화투가 시간 보내기에 딱이다. 또 누군가는 밤새 야동을 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이 오락이나 TV보다 더 재밌다.

 

밥벌이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그걸로도 하루가 너무 짧다. 취미든 심심풀이 땅콩이든 뭐든 자기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면 된다. 우연히 트로트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한 외국인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온 마리아다.

 

가수라고 하기엔 아직 신인이지만 트로트 맛을 기가 막히게 살려 부를 줄 안다. 마리아는 2000년에 태어났으니 이제 스물한 살이다. 21살의 아가씨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온 주현미 노래를 간들어지게 부른다. 나는 마리아의 노래에 푹 빠졌다.

 

누구는 그럴지도 모른다. 에이, 구리게 요즘 무슨 트로트야. 그래도 나는 BTS 노래보다 마리아 노래가 더 좋다.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를 지키고 있는 BTS가 자랑스럽긴 하다. 그러나 세계인이 열광하는 Dynamite 같은 노래를 아무리 들어도 좋은 줄 모르겠다.

 

나는 예전부터 빠른 템포의 음악은 별로였다. 천성이 축 늘어지는 칙칙한 음악을 좋아한다. 유행가는 무조건 슬퍼야 한다는 어머니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내가 요즘 유행하는 댄스곡이나 아이돌 노래에 적응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꼰대 소리 들어도 좋다. 댄스곡보다 트로트 선율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이것도 속일 수 없는 일종의 DNA다. 전생에 나는 죽음을 주관한 무당이었거나 금지된 사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노비였을 것이다. 마리아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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