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그리운 꿈 - 서상만

마루안 2021. 4. 11. 21:22

 

 

그리운 꿈 - 서상만


봄이면
대각댁(大覺宅) 마당, 누런 보릿대 타는 냄새
천지를 덮어 더 배고팠던 날

꿈에서까지 따라다닌 그 가난

이제는 살 만도 한데
왜 울 어머니 꿈마다 저러실까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촛불 켜
손이 닳도록 빌고 비는 어머니 모습을
새벽꿈에 또 보았다
이승과 저승이 멀긴 먼 모양
아직도 이승 형편을 자상하게 모르시고
애태우신다

"어머니 이제 그만 시름 놓으세요!"
"아니다 아니다"
어머니는 정화수 앞에 두 손을 모아 빈다
별이 다 질 때까지


*시집/ 월계동 풀/ 책만드는집

 

 

 

 

 

 

낙화심서(落花心書) - 서상만


아, 이렇게 지는구나
꽃은 지는 그 찰나에
자신을 알았을까

고백하건대
그간 참 잘 살았다
꽃이었던 한때

난 누구에게 그토록
황홀했고
누구에게 그토록
그렁그렁한 눈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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