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 심너울

마루안 2021. 3. 29. 19:57

 

 

 

심너울의 소설은 늘 먼 미래를 이야기한다. 아니 먼 미래라 할 것도 없겠다. 서울 올림픽이 33년 전에 열렸듯이 지금부터 33년 후 정도의 미래다. 예전의 10년과 지금의 10년은 변화 속도가 다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긴 해도 50년 전만 해도 10년 세월에 지금처럼 변화가 빠르지는 않았다.

 

예전에 지금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 세상이 올 줄 알았던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그러나 근 미래에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접수할 거라는 것쯤은 예상을 한다. 심너울 소설에서도 여러 곳에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나온다.

 

인구가 줄어 들어 딱 한 명의 학생이 있는 초등학교가 있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해 교사 두 명, 조리사 한 명, 학교 관리인까지 4명이 근무한다. 4학년인 이 학생이 졸업하면 학교는 없어질 것이다. 학생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이 학교에 로봇 하나가 투입된다.

 

학생에게 친구가 있어야 나중 상급학교와 사회에 나가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로봇이 투입되면서 학교에 각종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사람보다 기계에 더 익숙한 학생과 아직 사람 냄새를 원하는 교사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이 소설 제목이기도 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도 현재에서 50년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계화에 적응하지 못한 한 70대 노인의 일상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나름 현대 문물에 잘 적응하며 교양 있게 늙어가려는데 쉽지가 않다.

 

애플 휴대폰에 장착된 AI가 개인 비서 역할을 한다.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내리고 기계는 지체 없이 명령을 수행한다. 이 사람이 막 20대에 접어들던 50년 전인 2018년쯤인가. 버스정류장에서 진상을 부리는 어느 노인을 보고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훗날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세월이 흘러 그가 70대가 되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났어도 늙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얼굴과 손에 주름이 생기고 오줌발이 약해지고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살지말지 고민한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오랜만에 2020년 젊은날 그가 놀았던 홍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젊은이들은 지들끼리 노느라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50년 전을 회상하는 그의 눈에 가상현실 게임방 간판이 보인다. 옛날 VR 게임방으로 여기고 술기운에 들어간다.

 

점원이 초음파통신에 가입해야 캡슐 안에 들어가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있다고 한다. 노인이 인스타 ID밖에 없다고 하자 점원이 어리둥절하더니 말한다. "아, 인스타그램!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거요?" 그래도 훗날 인스타그램이 교과서 실리긴 한 모양이다.

 

시대 뒤떨어진 꼰대 소리 듣기 싫어 오기가 생긴다. 어렵게 점원의 안내에 따라 캡슐에 들어간 노인은 혼란스러움에 비명을 지른다. 막 토하는 노인을 본 점원이 기겁을 하고 달려와 노인을 끌어내 문밖으로 패댕이친다. 돌아서면서 하는 말,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50년 전에 이 노인이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