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월과 - 홍지호

마루안 2021. 3. 6. 19:37

 

 

3월과 - 홍지호


가을 같다고 했다

이미 잃어버린 자리라고도 했다

다시 살아나는 것은 없었다
모두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 이라고도 했다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천천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들리지 않는 비명이 너무 많았다
들리지 않아서 슬픈 노래와
비유를

바람이 보여주고 있었다
가벼워서
꽃잎이
가라앉는 것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가벼워져서 가벼워져서
가라앉지도 않으면
들어도 들어도 슬픈 노래를
들려줄게

가을 같다고 했다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서, 라고도 했다


*시집/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 문학동네

 

 

 

 

 

 

수요일 - 홍지호
-환절기


단숨에 온 것으로 혼동하지만 서서히 도달한 모든 계절과
계절이 함께 머무는 거처에서는
구별이 어렵다
어느 계절의 손을 잡아야 할지

이맘때면 호흡이 어렵다
오래된 병력(病歷)은 시각(時刻)을 가린다
공평을 잃고

이번 계절은
참을성이 없구나

계절과 계절 사이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계절인지 구분할 수 없는 분위기만이

호흡이 어렵다 호흡이
안 되면 호흡을 신경쓰게 되고

생활이 어렵다

호흡이 생활이 되지
무엇이 생활인지 구분할 수 없는 분위기
중심을 잡기 어렵다

내부의 병에 관한 확진을 외부에서 한다

어느 손을 잡아야 할지
나는 대비해야 하는 계절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공평을 잃고
지난 계절에 나는

나와 당신의 병력이다

마음을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