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윤회 - 신표균
울어도 하루는 가고
웃어도 하루는 간다
울어도 내일은 오고
웃어도 내일은 온다
오늘이 가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일까
울거나 웃거나
가는 하루 사이에도 새싹은 돋고
신발 벗어 손에 든 사람들
천지간에 길을 내서
구름 타고 한 바퀴
지구를 돈다
*시집/ 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 천년의시작
첫 - 신표균
탯줄 잘리는 공포
첫울음으로 하늘에 먼저 출생신고를 하고
아직은 햇빛을 볼 수 없는 눈
입술로 따뜻한 무덤 더듬어
초유를 빤다
첫니 나기 전에 옹알이부터 익힌 혀
스스로 터득한 원시 언어로
첫 질문을 던진다
첫사랑은 깨지고
첫 만남은 헤어지고
첫날밤이 깨소금이 아니라는 것쯤
오늘 깨달아서
첫 경험처럼 허탈하지 않아야 할 텐데
첫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을 깨우칠 즈음
처음은 다 그런 거야라고
제법 익은 말 한마디쯤 뇌까릴 수 있게 되겠지
시작과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선행 학습 없이
첫 경험으로 비롯될 터인데
알파와 오메가의 틈새
혼돈의 구멍일 뿐
내 생애의 모든 첫날은 오늘이다
# 신표균 시인은 1942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서울신학대 신학과를 수료하고 서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대학원을 문예창작 전공으로 졸업했다. 2007년 <心象>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어레미로 본 세상>, <가장 긴 말>, <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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