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인수봉 귀바위 - 박인식

마루안 2020. 8. 8. 22:41

 

 

인수봉 귀바위 - 박인식

 

 

새도 바람도 기척 없을 때 인수봉은

듣는 귀가 있어

운다

그 바위 울음을 노란 별밤으로 그려놓은 화가는

인수봉 꿈속의 고흐였을까

고흐 꿈속의 인수봉이었을까

바람의 대답을 듣자며

고흐는 자른 귀를 동네 창녀에게 주었는데

인수봉은 한쪽 귀를 누구에게 주었나

(목청 좋은 사람에게?)

 

인수봉 귀바위가 바람의 대답을 듣고 있는 걸

고흐는 알까

 

한쪽 귀로 남아

인수봉, 귀바위하다

고흐, 귀하다

 

무상(無償)의 행위예술하다

 

 

*시집/ 인수봉 바위하다/ 다빈치

 

 

 

 

 

 

인수봉, 고흐의 자화상 - 박인식

 

 

한쪽 귀를 잃은 외귀의 인수봉이

한쪽 귀 스스로 자른

고흐의 자화상으로 다가온 날

 

내 귓가에 맴돌던

미친 예술의 노래는

인수봉의 사라진 한쪽 바위 귀가 듣던

바람의 노래인가

고흐의 귀를 받아 든

아를르 여인네가 듣던 바람의 대답인가

 

고흐의 자화상은 모든 인수봉 초상화와

귀가 닮았네

 

예술처럼 사랑처럼

바람에 미치도록

인수봉하다

 

미친

바람하다

 

 

 

 

# 박인식, 1951년 경복 청도에서 태어났다. 산이 주는 말모이 쪼아 먹으며 반주 한 모금에 목숨 헹궈 여태 울거나 웃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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