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오수완

마루안 2020. 7. 9. 22:38

 

 

 

아주 독특한 소설을 읽었다. 문체뿐 아니라 내용 또한 첫 페이지부터 번역된 외국 작가의 소설로 생각할 정도였다. 소설 잘 안 읽는 내가 흥미롭게 읽은 것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곳에 가야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가득찬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들이 기증 받은 책이다. 애석하게도 그 도서관은 곧 문을 닫는다.

관장은 기증자들에게 폐관 소식을 알리며 책을 찾아 가라고 연락을 한다. 폐관식날 대부분의 기증자들이 자신의 책을 찾아 간다. 그러나 이색적인 기증자 <빈센트 쿠프만>은 끝내 연락이 없다. 소설에서는 그를 VK라는 약자로 표기하고 있다.

소설은 VK가 기증한 서른두 권의 책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 속에 깃든 사연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생겼던 일화를 펼쳐 보인다. 운명처럼 여자도 만난다. 도서관에서 만났지만 그녀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읽을 수 없다. 아니, 읽을 줄 모른다.

그는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왜 그날 밤 비에 젖은 채 운영 끝난 도서관의 문을 세차게 두드렸는지 모른다. 관장은 도서관 윗층에서 살았다. 사람은 우주다. 사람은 책이다. 한 사람의 깊이는 우주의 깊이와 같다.

그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 그를 오래도록 읽고 읽어야 한다. 맞다. 나는 드문 일이지만 오래도록 읽고 싶은 시집을 만나면 가슴이 떨린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자기는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것도 맞다. 내 어머닌 평생 책 한 권 읽지 않고 돌아가셨다.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이 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운영 시간이 끝났다는 말이거나 아예 없어졌다는 말이다. 도서관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누군가는 식당을 열 생각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훔쳐갈 생각을 한다. VK의 책은 전부 도둑을 맞는다.

저자 오수완 작가는 한의대를 나와 실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다. 이전에 두 권의 소설을 냈는데 그것도 책에 관한 소설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는 작가다. 자극적이거나 달착지근한 대중적인 소설은 아니다.

글쓰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한 애정은 당연하겠으나 저자는 유난히 더 하다. 책에 끌리고, 책의 세계가 무한하며,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어서 책에 대한 소설을 쓴다고 했다. 이색적인 소설이 게으른 나의 독서열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