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민어의 노래 - 김옥종 시집

마루안 2020. 7. 7. 21:59

 

 

 

김옥종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시인이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다. 내가 애독하는 한겨레 신문에 나온 기사를 읽고 목록에 올려 놓은 시인이었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서점에서 읽을 만한 신간 시집 없나 돌러보다 이 시집을 발견했다.

맛집이든 책이든 남이 추천하는 것을 무조건 따르지 않기에 시집 선택도 내 스스로 점검하고 결정한다. 어디까지 가 봤니,, 몇 편 읽으면서 단박에 괜찮은 시인임을 인정했다. 사투리를 사용한 싯구로 인해 지역색이 다소 진한 아쉬움에도 좋은 시가 많았다.

시집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시인의 이력은 필수다. 이 시집에 대한 언론 검색을 했더니 몇 개의 기사가 나온다. 출판사에서 미리 작성해서 돌린 문장일까. 보도 매체는 다른데 알림 기사가 천편일률적이다.

심지어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같은 문장의 기사도 있다. 하긴 시집 꼼꼼하게 읽고 기사 쓰는 문화부 기자가 몇이나 있을까. 그래도 좋은 책은 많이 알려야 하기에 여러 매체에서 신간 소식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처세술이나 재테크를 다룬 기사는 많은데 시집 출간 보도는 많지 않다. 유명 시인 빼고 말이다. 이 시집 기사도 유독 시인의 특이한 이력만을 부각하는 기사가 많아서 하는 말이다. 하긴 시인에게 약력이 일종의 프리미엄이 되기도 한다.

격투기 선수 출신에다 한때는 어둠의 세계에 적을 두기도 했다. 흔히들 손 씻고 마음 잡았다고 하던가. 방황했던 젊은 날을 정리하고 잠시 킥복싱 도장을 운영하다 접은 후 어머니의 식당에서 일을 도우며 착실히 요리를 배워 주방장이 되었다.

그리고 5년 전 <시와 경계> 신인작품 공모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한다. 이력만 특이하고 시에 공감이 안 가면 말짱 헛것, 이 시집은 마음 가는 시가 여럿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그가 느닷없이 당첨된 시인이 아니라 애초에 시인 기질이 잠복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리를 하면서 시를 썼기에 시집에는 음식에 관한 시가 많다. 그렇다고 다른 쪽에 시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긋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절절하게 노래한 춘수락(椿首落)이란 시를 읽으며 그의 시적 재능에 탄복한다.

<나의 유통기한을 셈하며/ 사십도 짜리 방부제를 혈관 깊숙이 밀어 넣던 밤// 동백의/ 주검들을 수습해 모닥불 위에 눕히고/ 불을 댕겨 진혼곡을 불러주자/ 침묵 속에서 목 놓아 울더니..(중략).. 죽도록 사랑해서/ 견딜 수 있었지만// 목을 꺾어도/ 내 사랑은/ 돌아오지 않았다>

타고난 시인이든 만들어진 시인이든 세상엔 시인이 많기도 많다. 고시촌에 10년 도전에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진 고시생이 합격자보다 더 많듯이 시단이라고 예외일까. 등단을 하고도 시집 한 권 내지 못하고 잊혀진 시인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시인을 발굴한 출판사 휴먼앤북스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