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장마의 시작 - 전윤호

마루안 2020. 6. 29. 21:55

 

 

장마의 시작 - 전윤호

 

 

며칠 구름 모여들더니

결국 비가 내려

함석지붕 아래 쟁여 둔 슬픔은

사막 메기가 되어 꿈틀거리고

내 방은 도굴된 현실이 되었지

농구 골대 하나 비 맞는 공원에서

길 잃은 기억들 웅성거리는데

천둥이 울리고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를 맞아

 

이별은 죽지 않더군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출판

 

 

 

 

 

 

오늘의 택배 - 전윤호

 

 

아직 도착하지 않아

외출도 못 하고 있어

검은 비닐로 포장한

오늘치의 불행

혈압약처럼 먹어야

또 하루가 지나가는

이 익숙한 순서

빼먹을 생각은 없어

정량을 초과하지 않으면

당신이 없는 슬픔도

견뎌야겠지

늦은 날을 기다리느라

아무 일도 못 했어

맞을 매는 빨리 맞아야

다른 잘못도 저질러 보지

그러니 가능하다면

아침 일찍 도착해 주렴

저것 봐 또 한밤에

벨이 울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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