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시작 - 전윤호
며칠 구름 모여들더니
결국 비가 내려
함석지붕 아래 쟁여 둔 슬픔은
사막 메기가 되어 꿈틀거리고
내 방은 도굴된 현실이 되었지
농구 골대 하나 비 맞는 공원에서
길 잃은 기억들 웅성거리는데
천둥이 울리고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를 맞아
이별은 죽지 않더군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출판
오늘의 택배 - 전윤호
아직 도착하지 않아
외출도 못 하고 있어
검은 비닐로 포장한
오늘치의 불행
혈압약처럼 먹어야
또 하루가 지나가는
이 익숙한 순서
빼먹을 생각은 없어
정량을 초과하지 않으면
당신이 없는 슬픔도
견뎌야겠지
늦은 날을 기다리느라
아무 일도 못 했어
맞을 매는 빨리 맞아야
다른 잘못도 저질러 보지
그러니 가능하다면
아침 일찍 도착해 주렴
저것 봐 또 한밤에
벨이 울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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