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신용불량자 - 백성민

마루안 2020. 6. 18. 21:34

 

 

신용불량자 - 백성민

 

 

사거리에 우두커니 선다.

길마다 햇살 빛나고

손잡은 웃음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어쩌다 그대와 나

숨겨진 이름 하나 가슴에 품었는가?

 

세상 누군들

눈부심 모를까만

막달바람은 어느 봄을 마중할지

 

투덕투덕

어두운 골목길 발걸음 뒤로

깨금발 소주병이 뒤를 따른다.

 

 

*시집/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인 것처럼/ 문학의전당

 

 

 

 

 

 

다시 올 그날 - 백성민

 

 

늦은 잠에서 깨어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거울 앞에 앉는다.

 

푸른곰팡이가 세월을 갈아먹었을까?

귀퉁이마다 흰 반점들이 수은처럼 번져간다.

 

시간의 쉼표마다 탄식은 빠른 물살로 흘러간다.

 

어디쯤이었을까?

투명했던 시간들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기억들

 

처진 어깨와 늘어진 살갗들이 몸부림을 친다.

 

길을 나서야겠다,

오래된 햇살이라도 반겨 맞으려면

 

 

 

 

*시인의 말

 

밤새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어쩌다 한 번쯤은 꿈이라는 것을 꿀 만도 한데

현실로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도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어쩌면 스스로 기억하는 것을 거부하는지도 모르지만,,,,,.

 

창문을 열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가졌다.

선명하지 못한 모든 것이

창문을 열면 환하게 보일 줄 알았지만

기대는 늘 배반의 손을 잡아야 했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이따금 가져보는 희망이란 낡은 꿈이

아직도 싹을 틔우고 무성한 가지를 뻗어

어느 날 뜨거운 볕을 가려주는 그늘로 존재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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