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 백성민
사거리에 우두커니 선다.
길마다 햇살 빛나고
손잡은 웃음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어쩌다 그대와 나
숨겨진 이름 하나 가슴에 품었는가?
세상 누군들
눈부심 모를까만
막달바람은 어느 봄을 마중할지
투덕투덕
어두운 골목길 발걸음 뒤로
깨금발 소주병이 뒤를 따른다.
*시집/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인 것처럼/ 문학의전당
다시 올 그날 - 백성민
늦은 잠에서 깨어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거울 앞에 앉는다.
푸른곰팡이가 세월을 갈아먹었을까?
귀퉁이마다 흰 반점들이 수은처럼 번져간다.
시간의 쉼표마다 탄식은 빠른 물살로 흘러간다.
어디쯤이었을까?
투명했던 시간들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기억들
처진 어깨와 늘어진 살갗들이 몸부림을 친다.
길을 나서야겠다,
오래된 햇살이라도 반겨 맞으려면
*시인의 말
밤새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어쩌다 한 번쯤은 꿈이라는 것을 꿀 만도 한데
현실로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도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어쩌면 스스로 기억하는 것을 거부하는지도 모르지만,,,,,.
창문을 열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가졌다.
선명하지 못한 모든 것이
창문을 열면 환하게 보일 줄 알았지만
기대는 늘 배반의 손을 잡아야 했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이따금 가져보는 희망이란 낡은 꿈이
아직도 싹을 틔우고 무성한 가지를 뻗어
어느 날 뜨거운 볕을 가려주는 그늘로 존재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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