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풍경 - 이무열
어떤 울음이 남긴 저토록 자심한 흔적인가
툭,
배꼽시계도 멈춘 자리
나직나직 오래 익숙한 목소리 거두어
열명길 전송하듯
삼가 뒤늦은 제문(祭文)이라도 읊고 싶다
사는 일,
수수백년 구부야구부구부가 열 두 고개
어허이 어허 상두꾼 상여소리, 길잡이 꼭두 앞세운 너울너울 붉고 흰 꽃상여
이쯤에서야 S자형 갈대밭 물길에 죄 실어 보내고
홀로 사무칠 노을빛
넓은 뻘밭 다 저물도록 우두커니 지켜 서서
잠잠,
굽이굽이 먼 길섶
그 오랜 인연의 실밥처럼
망연자실 자꾸 묻어나는 사람 하나
*시집/ 묵국수를 먹다/ 문학세계사
아직도 2,000원 - 이무열
경상감영공원 뒷길
간판도 없이 성업중인 국숫집에서
잔치국수를 먹는다
스스로에게 공양하듯 마짓밥 올리듯
먹는 음식과 마음공부는 다른 것이 아니어서
젓가락질 하나에도 저마다 지극정성이다
치레와 입성은 달라도
국숫발 힘에 기대어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할
목구멍 아래의 저 백년 허공
삼삼오오
혹은 호올로 우두커니
먼 세상 절뚝이며 가만가만 걸어온 사람들
2,000원이면 아직도
호로록 추르륵 한 방울 국물까지 남김없이
밥술깨나 먹은 듯 뱃구레가 빵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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