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노무현 대통령 추모 전시회

마루안 2020. 5. 22. 22:56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펑펑 울었다. 믿기지 않아서 울었고 기가 막혀서 울었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보수 권력과 그들의 주구인 검찰이 미워 울었다. 내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잠깐 운 것 빼고는 누군가의 죽음에 울기는 처음이었다.

 

긴급 서거 뉴스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은 내 가슴에 담은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단 한 사람만을 가슴에 담고 살려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면서 두 사람이 되었다.

 

어느 정도 슬픔에 단련이 된 후 봉하 마을을 여러 번 갔다. 처음 갔을 때 울지 않으려 했는데 당신 이름을 새긴 묘석을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특별한 날에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사람 많지 않은 날을 골라 조용히 다녀온다. 

 

이제는 봉하 마을에 가도 울지 않는다. 3년 전 이맘 때쯤 문 대통령 당선되고 얼마 후 추도회에서 도종환 시인이 운명이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오열할 때 운 것이 마지막이다. 그때도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는지 눈물 닦으면서 여러 번 코를 풀어야만 했다.

 

소외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낮은 권력을 지향했던 그를 생각하면 부재가 더욱 아쉽다. 노무현 재단 홈피에 온라인 추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예전에 봤던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사진을 보면서 멀리 간 사람을 다시 떠올려 본다.

 

마음에 담은 사람일지라도 매일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주는 생각하고 싶다.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담고 사는 것도 행복의 일부 아니겠는가. 보기만 해도 좋은 두 사람의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어서 행복하다.

 

 

청문회 스타였던 유명 정치인 노무현을 알아보지 못하고 길을 묻는 택배 기사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영원한 동지이자 친구였던 노무현과 문재인, 이런 사람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은 없지만 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