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새벽달 - 이우근

마루안 2020. 3. 28. 19:17



새벽달 - 이우근



하얗게 지샌 지난 밤의 부표(浮標)
산 너머 종종걸음 넘는
새벽 눈썹달
가느다란 종아리
끊어질 듯 실핏줄
집에 가도 먹을 거 없을 거야
아쉽지만 조금 더 뭉개다
아침햇빛으로
속이나 데우자
팔려나가지 못한
일용직의 나날들
안내는 쓰고
허탕치는 하루는 더욱 달콤할 것이다
그래도 보듬어야지
모닥불에 오줌을 누며
내일 다시 만나자, 안녕, 새벽달.



*시집,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도서출판 선








조고각하(照顧脚下) - 이우근



먼 산을 본다
식구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살 찢어 봉양해도 안 아플 어머니, 기타의 사람들
지나온 길이 제법 멀긴 했지만, 어림없음
산문(山門)은 가볍게 통과했지만
나의 경계가 아득하다
댓돌에 놓인 나의 흔적이 부질없다
뻔한 과오를 되풀이 하며 다시 죄 짓는 것을
습관처럼 반복하는 몰염치는
세상을 살며 취사선택한 학습의 효과일까
수용(受容)의 약체적(弱體的) 한계일까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변명의, 변명에 의한, 변명을 위한
거기에 빌붙어 자생(自生)한 자잘한 나날들
무문관(無門關)은 어디 주장할 것 없을 중생의
무책임한 화두
근본을 위함이
이리 근본없음이 너무도 명확함으로,
마루에 앉아
새벽달과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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