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봄은 멀어서 - 함순례

마루안 2020. 3. 10. 19:18



봄은 멀어서 - 함순례



꽃눈 위에 쌓인 눈을 바짝 껴안은 매화나무


얼어붙은 살비듬 털어내느라
오늘도 안간힘으로 떼놓는 저 노인의 한 걸음


그리움에도 물이 오르는지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저들의 지극한 안부


참하다 참하고 참하다



*시집, 울컥, 도서출판 역락








빈집 - 함순례



밥그릇 속으로 지는 꽃
배롱나무가지를 흔드는 새 울음소리


온몸에 뿔을 세운 나무의 안쪽으로
야위고 수척한 태 감추는데


비 그치고 고요해진 시간을 틈 타
자신을 지우기도 하는데


새들이 들락거리며 만든
꽃발자국 환장하게 붉다


행여 다녀가시라고
훌쩍 뛰어오시라고






# 한두 번의 꽃샘 추위가 찾아 오겠지만 올 겨울도 다 갔다. 난데 없는 전염병으로 온 나라가 얼어 붙어 있으나 어김 없이 봄은 온다.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서 평소보다 일찍 온 봄이다. 춘래불사춘이라고 난리지만 남녘에서 꽃 소식도 들려온다. 언제인들 평온하기만 했을까. 오는 봄을 아껴둘 필요는 없다. 이겨낸 자의 봄이 가장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