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배를 돌려라 - 하승수

마루안 2020. 3. 1. 21:19

 

 

 

요즘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능하면 밖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집에 일찍 들어온다. 덕분에 책 읽을 시간이 많아졌다. 서점에 가서 그동안 목록에 올려 놨던 책들을 꼼꼼히 살핀 끝에 고른 명 권의 책 중에 이 책이 포함된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 <한티재>는 대구에 있는 출판사로 좋은 책을 꾸준히 내고 있는 괜찮은 출판사다. 책 만드는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살 텐데 이곳은 유행 타는 책을 잘 만들지 않는다.

얍삽하고 그럴 듯한 제목을 붙인 부동산 재테크나 자기개발서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또 무슨 출판사가 그리도 많은지 종이책이 안 팔리는 출판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저자의 정체성이 의심스럽고 수준 미달의 문장으로 가득한 책도 부지기수다. 시쳇말로 개나 소나 책 만드는 세상이다. 아마 설립하기 쉽고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딴짓(?)하기도 쉽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유명 출판사 아니면 책 팔아 먹기도 쉽지 않은데 한티재에서 만든 책은 많이 팔리지는 않더라도 꼭 있어야 할 책들이 많다. 근래 여기서 만든 책을 여러 권 읽고 내린 결론이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로 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하승수는 녹색당 창당에 참여했고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로 있다는 약력이 마음에 든다. 무엇을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당당한 단체다. 물론 기득권층이 미워할 명함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가는 동안 그가 주장하는 많은 부문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흔히 재벌이 사업할 수 있게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은 투자라 하고 국민 복지는 비용이라 한다. 이 주장이 왜 틀린 말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그는 책에서도 말했지만 현실이 나쁘고 미래가 어두운데 참고 살다보면 언젠가 좋아질 거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여기는 정직한 비관주의자다. 그럴 듯한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방법을 꼼꼼히 제시한다.

가령 세금을 도둑질하고 낭비하는 정부 부처를 고발하는 <국민소송제도>를 도입하자고 한다. 국가 예산이 위법하게 낭비된 것을 알게 된 사람은 그것에 대해 소송할 수 있어야 한단다. 난관이 있다고 손가락만 빨 게 아니라 부닥쳐야 한다.

비상한 코로나 시국에다 곧 총선이 있다. 깨어 있는 시민은 말보다 실천할 때 그 힘을 발휘한다. 어떤 학자가 그랬다. 나이 먹을수록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이 책을 읽은 후 인생 공부 한참 멀었다는 반성과 함께 깨어 있기 위한 노력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