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아름다운 세상 - 박인식

마루안 2020. 2. 17. 19:42

 

 

아름다운 세상 - 박인식

 

 

낙타와 순록은 무슨 까닭에

사람을 이토록 깍듯이 모시는가

조물주의 간곡한 당부가 있었던 걸까

 

그들이 없었다면

남자들은 낙타가 되고

여자들은 순록이 되어야 했기에

사람은 사람이 될 수 없지 않았을까

 

전 남자인 낙타는 전 여자인 순록을

등에 태워 사막을 건너고

전 여자인 순록은 전 남자인 낙타에게

뿔 잡혀 설원을 건너고

 

사람이 낙타와 순록으로 진화한

그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마도

 

 

*시집/ 러빙 고흐 버닝 고흐/ 여름언덕

 

 

 

 

 

 

러빙 고흐 버닝 고흐 - 박인식

 

 

반 고흐는 <가셰 박사의 초상>을 두 점 그렸다. 한 점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걸려 있고 다른 한 점은 행방을 알 수 없다가 고흐 사후 100년째 된 1990년 뉴욕의 어느 경매장에 나왔다. 한 일본인이 천억 원에 가까운 825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생전 작품 한 점을 한 끼 식사값에 팔았을 뿐인 하늘의 고흐에게 한 점 그림값으로 천억 원을 전해주려는 푸닥거리 제의를 올리고자 했을까. 그는 3년 뒤 숨지면서 소장하던 <가셰 박사의 초상>과 함께 화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

마침내 돈으로 사낸 사랑

 

러빙 고흐

 

돈으로 태울 수 없는 예술혼

마침내 돈으로 불타오른 예술혼

 

버닝 고흐

 

사랑이 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은

예술혼처럼

불태우는 일

불타오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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