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평생 실연 - 전윤호

마루안 2020. 2. 11. 18:21



평생 실연 - 전윤호



외롭지 않은 때가 있었나

종일 쏘다니다 무릎 안고 누우면

끝없이 가라앉는 몸뚱어리

아무래도 떠밀려 이곳으로 온 듯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을 선택한 듯

이 우주는 실연의 욕조

거품으로 가려 보지만

민낯은 모두 퉁퉁 부은 눈

또 다른 찬바람이 불고

심상치 않은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가슴 아래 정도만 손 흔들고

애써 외면하며 돌아서길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출판








세상의 모든 연애 - 전윤호



세상의 모든 연애가 뻔해지는 나이

햇살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한여름

떠나는 네 등 뒤로 눈보라가 날려도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나이


첫 장을 읽은 소설의 결말이 보이고

중간에 본 영화의 앞까지 짐작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모습으로

밤거리를 쏘다니는 나이


계속 만나면 얼마나

서로 상처 줄지도 짐작하고

지금까지 지은 죄로도

19층 지옥이 예약된 상태


세상이란 세트장을 뒤에서 보는 나이

모든 주의 사항이 우스워지고

헛된 희망을 씻어 밥솥에 안치며

두 벌의 수저를 꺼내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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