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항로 - 전윤호
이 땅의 모든 도시는 항구가 있지
사람이 비린내 풍기는 바닥에
묶인 배 흔들리는 부두가 숨어있지
깊은 수심에 몸을 던져보지 않으면 몰라
때론 살기 위해
내일을 죽이기도 하는 법
머리 위로 오가는 뭍의 것들이
함부로 침 뱉는 발아래
끈적한 파도 출렁이는 선착장이 있다네
출항 시간도 모르고
배표도 못 구한 대기자들이
밤마다 불행을 섞는 곳
짐이라곤 후회 한 보따리
손 흔들어줄 사람 하나 없으니
우리 뱃고동 울릴 때까지
서로의 항로를 위해 한잔하지
*시집, 아침에 쓰는 시, 도서출판 역락
대합실 - 전윤호
돌이켜 생각해보니
평생 헤어진 일이 없다
떠났다 생각해도
팔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리는 언제 만났을까
서로에게 없던 시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별이 꿈이 아니라면
함께 불시착했을 터
이제 구조 신호 은하를 건너
빈 배 하나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멀미약이나 챙기며
서로 바라보고
멋쩍게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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