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무릎 - 정윤천

마루안 2019. 10. 23. 22:45



무릎 - 정윤천



이 생에서는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흐른 하루가 밖에 나갔다가 굵은 빗방울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낮 동안 심하게 만지작거려 주었던 것 같았다


오래전 궁벽한 가계를 떠나올 때의 성황당 고갯길이 걸려 있었다.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도서출판 달을쏘다








새들의 무렵 같은 - 정윤천



하루치의 기차를 다 흘려보낸 역장이 역 앞의 슈퍼에서 자일리톨 껌 한 통을 권총 대신 사 들고 석양의 사무실 쪽으로 장고나 튜니티처럼 돌아가는 동안과


세간의 계급장들을 떼어 부리에 물고 새들이 해안 쪽으로 날아가는 무렵과


이 무소불위의 전제주의와 (체제에 맞추어 불을 켜기 시작하는)


카페와 술집과 소금구이 맛집들과 무얼 마실래?와 딱 한 병씩만 더 하자와 이 인분 추가와


헤아려 보거나와 잊어버리자와.






# 정윤천 시인은 1960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199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 <발해로 가는 저녁> 등이 있다. 광주 전남 작가회의 부회장 계간 <시와 사람> 편집주간 등을 역임했고 은행나무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 드는 법 - 김남권​  (0) 2019.10.27
별빛 한 짐 - 이원규  (0) 2019.10.23
닻을 내린 배 - 성윤석  (0) 2019.10.22
스무 살 슬리퍼의 퇴임사 - 서범석  (0) 2019.10.22
탈출기 - 권상진  (0) 201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