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꽃잎만 믿고 가자 - 박세현

마루안 2019. 10. 4. 19:15



꽃잎만 믿고 가자 - 박세현



밤벚꽃 바람 사이로 흩어지는
대학병원 뒤편 긴 내리막길을
산보걸음으로 걸어가면서
누구의 정직성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저렇게 관능으로 살아오르는
벚꽃 한순간만 믿기로 한다
주차장 구석에서 오래된 여자가
휴대폰을 삼킬 듯이 악을 쓴다
니들이 자식이냐 엉
벚꽃 지는 밤
누구를 믿어버리면 저런 지랄이 발생하느니
영안실 입구에 길 잃은 영혼이 서 있다 철썩
이것은 사천 진리 파도가 어둠에 따귀 맞는 소리
희게 지고 있는 꽃잎만 믿고 가자
그게 답이다



*시집, <여긴 어딥니까?>, 세상의 모든 시집








빗소리듣기모임 - 박세현



어느 하루 눈뜨고 생각해보니 삶이 한참 밋밋해졌다. 이래서는 안 되지 싶은 마음 가닥을 붙잡고 일을 도모하기로 했다. 하여 손수 빗소리듣기모임을 일으켜 세우고 혼자 뚝딱뚝딱 셀프로 종신대표에 취임했다.


현재 정회원은 나 1인뿐이지만
회원을 더 모집할지는 미정이다
하는 일이야 뭐 있겠는가
비 오는 날
어느 구석에 모여 어느 빗소리에
오롯하면 되는 것이다


누가 들으며 웃을 일이다
드디어 미쳤군! 그러겠지들


비 오는 날 생각나거든
술잔값이나 들고 오시면 된다
당신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나의 동지들
이 모임은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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