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봄 어머니의 환속 - 김남권

마루안 2019. 8. 21. 21:30

 

 

봄 어머니의 환속 - 김남권

 

 

문풍지 두드리며 찾아 온

연두빛 숨소리에

겨울은 바튼 헛기침 속으로

자지러졌다.

 

말간 하늘 닳아 갈라진 틈새

어미의 아린 가슴께를

꽃샘 추위가 훑고 지나간 자리

 

푸른 산빛에 놀란 손톱달

흐름조차 멈춘

실개천에 빠져 운다.

 

나뭇가지 마디에

마른 잎새의 노여움이 가득

쏟아져 나와

초경의 진달래 꽃망울로 터진다.

 

잎새보다 진한 꽃빛

장삼속에 감추어진 겨울의 흔적마다

파계 시키려는 음모.

봄 밤의 겨울 어머니를 위한

까칠한 환속에 빠진다.

 

 

*시집, 불타는 학의 날개, 도서출판 영하

 

 

 

 

 

 

봄의 여울목 - 김남권

 

 

밤새 내린 비로

개울물이 불었다.

흙먼지 이고 있던 얼음장마저

기지개를 켜며

봄 장마가 한창이다.

 

개울물이 돌아 흐르는

산 밑둥엔 산을 닮아 비취빛인

하늘의 햇살이

은둔의 대지 위 아주 긴

번뇌의 햇살 되어

그리...움을 틔우고 있다.

 

그리움 속에 또 작은

그리움이

새살 돋우기를 위한 생채기를 내면

봄은 또다시 땅에 생채기를 내고

잎으로 꽃으로 나를 부른다.

 

 

 

 

*自序

 

첫 시집을 펴내며

 

사랑을 다친 새는 날지 못한다

순수의 심장 속에서 끊임없이 날개짓을 하지만

자연을 꿈꾸는 새는 날지 못한다.

 

마음을 다친 새는 날지 못한다

갈라진 핏줄 속에서 끊임없이 날개짓을 하지만

자만을 꿈구는 새는 날지 못한다. 

 

<이 한권의 시집을 유명을 달리하신 아버님과 사랑하는 한 여인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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