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 이정록
-이게 마지막 버스지?
-한대 더 남었슈.
-손님도 없는데 뭣 하러 증차는 했댜?
-다들 마지막 버스만 기다리잖유.
-무슨 말이랴? 효도관광버슨가?
-막버스 있잖아유. 영구버스라고.
-그려. 자네가 먼저 타보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줘. 아예 그 버스를 영구적으로 끌든지.
-아이고 지가 졌슈.
-화투판이든 윷판이든 지면 죽었다고 하는 겨. 자네가 먼저 죽어.
-알았슈. 지가 영구버스도 몰게유. 본래 지가 호랑이띠가 아니라 사자띠유.
-사자띠도 있남?
-저승사자 말이유.
-싱겁긴. 그나저나 두 팔 다 같은 날 태어났는데 왜 자꾸 왼팔만 저리댜?
-왼팔에 부처를 모신 거쥬.
-뭔 말이랴?
-저리다면서유? 이제 절도 한채 모셨고만유. 다음엔 승복 입고 올게유.
-예쁘게 하고 와. 자네가 내 마지막 남자니께.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창비
생(生) - 이정록
느티나무는 그늘을 낳고 백일홍나무는 햇살을 낳는다.
느티나무는 마을로 가고 백일홍나무는 무덤으로 간다.
느티나무에서 백일홍나무까지 파란만장, 나비가 난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명 - 백무산 (0) | 2019.05.27 |
---|---|
비와 나의 이야기 - 심재휘 (0) | 2019.05.27 |
바람의 묘비명 - 김중식 (0) | 2019.05.23 |
안개 속에서 또다시 - 신동호 (0) | 2019.05.23 |
현역 신종인 - 김재홍 (0) | 2019.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