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에서 - 서상만
내 몸은 밤 내내 습지만큼 여러
썰물처럼 줄줄 바다를 떠난다
누구 하나 뒤돌아보지 않고
억겁의 바람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주공해로 출렁이며 간다
비늘 진 노을 알갱이만
물 자락에 아프게 무늬로 남아
미처 길 떠나지 못한
저녁 새의 마지막 울음소릴
붙들어 매었구나
물살에 떠밀려 온 하얀 조약돌,
두고 온 제 섬을 찾아
밤새 귓속말로 주고 받은 잔파도를
따라나서네
달 뜨면, 바닷길도 하얘지는 날
*시집, 사춘, 책만드는집
빈 강 - 서상만
겨울밤 멀리 새벽달 이울고
살얼음 낀 강나루
거룻배 한 척 붙박여 있다
봄은 짐짓 왔나 본데
안개 속 산막으로 건너간
늙은 뱃사공은 소식이 없다
오는 바람 못 막아도
가는 바람 막을까
눈 녹은 강기슭 진달래 피면
물빛 또한
꽃 반, 물 반 흠씬 젖어
만삭으로 농칠 텐데
적소(寂所)로 갈 한 목숨,
맹목의 삶은 어디까진지
세상은 아무래도 꿈만 같다
*시인의 말
별이 더 가까이 보인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시간아 미안하다
詩에 빠져
너를 값없이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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