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나이 - 정성환
동네 개나 물어갔으면 좋겠다는 나이
대체 몇 살일까
눈물 많아져 사람이 쉬이 그리워지는 나이일까
해 지면 외로운 산 그림자 마을로
가만 내려와 어슬렁거리듯
마음속에 따뜻한 알전구 하나 켜두고
나에게 오는 길, 등대처럼 밝히는 나이일까
그러다 겨드랑이에서 간질간질
새봄도 돋아나는 나이일까
눈감으면 인기척도 반가운 나이일까
오늘도 꽃같이 연약했던 사람들
미소로 기다릴 나이일까
*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 문학의전당
이놈의 나이 - 정성환
참, 고약하군
단단한 맷집 뚫고
뼛속 파고드는 찬바람에
옷깃 단속해도 속수무책인
이놈의 겨울,
이놈의 나이*
나이가 겨울처럼 헐벗을 때
마음 여러 번 흔들렸음을 고백한다
난 불혹을 몰랐다
그래도 이 나이에
영혼은 비틀거리지 않았다,고
용서받자
내 나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베란다 타고 온
햇빛 한 장 한 장 펴서
벽지 바르듯
세월의 외풍 막아도
나이야, 넌
또박또박 말대꾸하듯 따라오느냐
이 겨울 데리고
이놈의 겨울,
이놈의 나이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영화 <이본느의 향기>(1994)에서 나오는 대사
# 정성환 시인은 1966년 부산 출생으로 2015년 <카톨릭문학>으로 등단했고 2017년 <시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오십 세에 등단해서 이번에 첫 시집을 냈다. 2018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현재 영산대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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