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끝별 - 서상만

마루안 2018. 12. 23. 18:25



끝별 - 서상만



새벽노을에 잠긴 별,
꿈을 꾸며 반짝이지만
아침이 오면 빛은 사라진다


영원한 빛이 있을까


쉼표로 죽어가며 그 끝의
마침표도 못 찍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른 동녘,
시작을 알리는 새벽별도
그 자리를 지키고 싶지만
시작과 함께 빛을 잃는다
실은 그 별도 끝별이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는 불러오지 못할 꿈을
어서 따야 한다



*시집, 늦귀, 책만드는집








처연한 별 - 서상만



서쪽 하늘 술 취한 별 하나
갈지자로 흘러내린 날 있었다


허공 질러오며
먹구름 머금고 흘린 눈물
닦아주려 찾았더니
대추나무 잔가지에 걸린
별의 가슴엔
소복이 재(災)가 쌓여 있다


혹 비명횡사한 행려별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늘에서 죄지은 별을
땅에 묻어줘도 될지 몰라서






# 서상만 시인은 1941년 경북 포항 호미곶 구만리 출생이다. 성균관대 영문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학했다.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모래알로 울다>, <적소適所>, <백동나비>, <분월포>, <노을 밥상>, <사춘思春>, <늦귀> 등이 있다.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포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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