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허수아비는 어디에 있는가

마루안 2018. 10. 5. 22:56

 

 

어렸을 때 가을이면 들녘에는 어김 없이 허수아비가 세워졌다. 지푸라기로 만든 사람 모형에 헌 옷가지를 입고 모자를 쓴 허수아비가 대부분이었다. 허수아비 생김새는 각양각색이었다. 논 임자의 예술성도 엿볼 수 있는 특색 있는 허수아비였다.

 

때론 빈 깡통을 줄에 매달아 흔들기도 했다. 곡식을 지키려는 농부와 영악한 참새와 싸움은 가을 내내 계속 되었다. 이번 가을 들녘을 걸었다. 한창 익어가는 논에 참새들이 그냥 지나갈 리 만무하다. 올해도 농부와 참새의 줄다리기가 시작 되었다.

 

그런데 서 있는 허수아비는 없고 날아 다니는 새 모형이 대부분이다. 이곳만 그러는지는 다른 곳을 가 보지 않아 모르겠다. 시대에 따라 허수아비도 바뀐 모양이다. 시중에 파는 것을 사다가 달면 되니 간편하기는 하겠다.

 

가벼운 비닐 재질이라 바람이 불면 사방으로 모형이 펄럭인다. 거기다 햇볕을 받으면 유리 반사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농사도 전부 기계화 되었고 농촌 일손도 너무 늙었다. 그런 판에 허수아비의 낭만을 찾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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