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귀향, 비전향 장기수 19인의 초상 - 정지윤 사진전

마루안 2018. 10. 13. 22:21






북으로 돌아가야 할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전이 열렸다. 비전향장기수는 자신의 정치적 사상과 신념을 그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와 격리되어 장기간 수감된 사람들을 말한다. 비전향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37년까지 복역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87세, 대부분 오랜 감옥살이와 고문의 후유증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어 언제 세상을 등질지 알 수 없다. 마지막 소망은 모두 같았다. 북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송환’이다.  


전시장에 걸린 19명의 비전향 장기수들 중에 김동수 씨는 완성된 작업을 보지 못하고 지난 8월에 세상을 떠났다. 이런 정보를 먼저 읽고 사진 앞에 서니 한 번뿐인 인생에서 신념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분단이 낳은 것이라 해도 훨씬 자유롭고 풍요로운 남쪽을 선택하지 않고 아직까지 북쪽의 사상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들은 과연 실패한 인생들인가. 잘못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저들의 신념을 존중한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 죽는 것도 괜찮은 인생 아니겠는가. 지금이야 정권 바껴서 많이 완화되긴 했어도 몇 년전까지 빨갱이 소릴 들으며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다. 다시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이런 전시도 열리게 된다.


이 사진을 찍은 정지윤 작가는 1995년부터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 당연 진보적인 작가로 사화성 짙은 사진을 찍었음은 물론이다. 작년 여름부터 잊혀질 뻔한 이들의 생존 소식을 듣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로 <바꿀 수 없는>이라는 사진집이 나왔고 이번 전시도 그 일환으로 열렸다.


사진은 까만 뒷배경을 하고 모진 세월을 견딘 얼굴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그들의 초상과 함께 일상을 담은 사진들도 여럿 걸렸다. 전시를 놓쳤다면 사진집으로도 충분히 감동이 전달된다. 그들이 북으로 돌아갈 날이 올 수 있으려나. 인생은 이렇게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