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가을을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

마루안 2018. 10. 3. 19:32

 

 

출근 시간에 쫓겨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한겨울에는 추위에 떨며 손을 비비거나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 버스 정류장은 삶의 애환은 있어도 낭만은 없다. 요즘 도시의 버스는 어디쯤 오고 있는지 다 알고 기다린다. 

 

이번 가을 몇 군데 시골을 여행했다. 명소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사는 농촌이다. 버스를 탔다. 하루에 몇 번밖에 없는 곳도 있고 매 시간 한 대씩 있는 곳도 있다. 드문드문 있는 버스지만 한적한 시골 길이라 밀리는 곳이 없어서 제 시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오는 편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는 경우는 없다. 설사 그런들 어떠리. 시골 버스 정류장은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다. 주변 풍경에 한눈을 팔다 그만 버스가 지나가 버리기도 했다. 가을이 오고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오래 버스를 기다리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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