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백석 평전 - 안도현

마루안 2018. 8. 8. 19:31

 

 

 

내가 백석 시인을 알게 된 것이 언제였더라. 아마도 1990년도 중반이었을 것이다. 윤동주와 김소월 정도만 알다가 정지용과 백석이라는 시인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백석 시를 꼼꼼하게 읽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몇 편의 시만 읽다가 그의 시집이 묶여져 나오면서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다 시가 대중화 되지 않고 몇몇 모던 보이들의 전유물이던 시절 어쩌면 이렇게 현대적인 시를 썼을까 싶게 인상 깊었다. 서정주의 초기 시를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이 평전을 읽으면서 다시 백석 시인을 생각하게 된다. 시인의 생애야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은 한다. 일부 시인은 특별함을 넘어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때론 짧고 불행했던 시인의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백석 시인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으나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떴다. 한국 전쟁 이후 그의 행적은 한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60년대 중반 숙첟 되어 사망했다는 설도 있었다. 이 평전에는 백석 시인은 1996년 85세의 나이로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에서 사망했다.

하긴 백석 시인과 함께 또 하나의 천재 시인 정지용도 말년의 행적이 불분명하다. 분단의 슬픈 현실은 문학에서도 엄청난 손실을 봤다. 나라가 쪼개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곳에서 손실을 입었던가. 정치, 경제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이 책은 백석 시인의 시를 인용하면서 그 시의 배경과 시인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물론 책을 쓴 안도현 시인이 같은 시대에 살지 않았기에 기록에 의하거나 아니면 백석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물어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이런 어쩔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마지막 행적이 알려진 것은 극적이다. 백석 시인이 북한의 문학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1960년대 중반 이후의 행적은 북한에 아직 살아 있는 부인이 전해줬다고 한다.

삼수군이 중국과 가까워 시인의 말년 사진도 입수해서 이 평전에 실려 있다. 젊었을 적 백석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미남형 얼굴이다. 빼어난 시를 썼던 백석은 한국 전쟁 이후 북한의 문학판에서 서서히 밀려난다.

끝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첩첩산중 오지인 삼수군으로 배치된다. 여행과 거주의 자유가 없는 북한은 당국에서 지정해준 곳에서 살아야 한다. 50 중반까지 글만 썼던 지식인이 양떼를 돌보는 농장에 배치되어 30년 넘게 그곳에서 살다 생을 마친다.

이렇게 북한에서도 백석은 잊혀진 시인이 되었다. 한국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타의에 의한 글쓰기의 단절은 통일 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분단으로 인해 단절되고 잊혀진 것이 어디 백석 시인뿐이랴만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