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박화영 - 이환

마루안 2018. 8. 7. 16:31

 

 

 

너무 강렬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영화 제목이기도 한 박화영 역을 맡은 배우 김가희의 연기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요 근래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준 영화가 있을까 싶다. 연출을 한 이환 감독의 이력이 궁금했다.

 

알고 보니 영화 똥파리에서 양익준을 잔인하게 죽이는 김꽃비의 남동생 역으로 나왔다. 반항기 가득한 얼굴로 누나 역의 김꽃비에게 지독한 욕을 퍼붓던 소년이었다. 영화 박화영에도 거의 모든 출연자가 일상적으로 욕설을 입에 달고 산다.

 

박화영은 고등학생이다. 그의 집은 가출 불량 청소년들의 아지트다. 흡연과 음주와 때론 섹스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어다까지 불량할 수 있는지 내기 하느 것 같다. 화영은 학교 담임이나 경찰 등 어른들 한테는 망나니, 동료 여학생 한테는 엄마, 주먹을 쓰는 남학생 한테는 개처럼 행동한다. 

 

화영이 유일하게 폭군 왕처럼 대할 수 있는 상대는 어머니다. 영화에서 화영의 엄마는 나오지 않으나 재혼을 해서 엄청 부잣집에 사는 것 같다. 돈이 떨어지면 화영은 이 저택 앞에서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돈을 내 놓으라고 협박한다. 

 

그러다가 또래가 모인 곳에서는 자상한 엄마 역할을 한다. 실제 친구들은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그럴 때마다 용돈까지 쥐어주며 엄마를 자청하는 화영이다. 그러면서 화영이 툭 하면 내 뱉는 말이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친구들은 모이는 장소와 음식과 술 등 화영을 이용해 먹을 뿐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화영은 친구들이 엄마라고 부를 때만 존재감이 드는 배역이다. 화영은 기꺼이 진짜 엄마가 되어 라면을 끓여 내오고 욕받이가 돼주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반면 남학생이 가하는 온갖 폭력, 폭언 등 개 취급을 해도 반항 한 번 없이 고분고분 고양이 앞의 쥐다. 뚱뚱하고 못 생긴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일까. 부모에게 돌봄과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결핍 때문일까. 못된 불량 소녀에게 묘한 동정심이 간다.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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