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빨랫줄 - 서정춘

마루안 2018. 8. 6. 19:21

 

 

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시집, 물방울은 즐겁다, 천년의시작


 

 



첫사랑 - 서정춘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트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 서정춘 시인은 1941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물방울은 즐겁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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