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이 별에서의 이별 - 양수진

마루안 2018. 7. 25. 22:08

 

 

 

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이 별에서의 이별>이라는 아주 시적인 제목을 달고 있으나 다소 이색적인 직업인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젊은 여성이 쓴 책이다. 장례지도사는 흔히들 하는 말로 장의사다. 요즘의 세태가 집에서 장례를 치르지 않고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서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장의사가 조금 전문화 되어 장례지도사로 불린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해도 장례지도사는 전문직이면서 드러내기를 꺼리는 직업이다. 세상에 꼭 필요한 직업이면서 거리감을 두고 싶어하는 직종 중 하나다.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란 과정을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막상 닥치면 장례 업체의 도움 없이 치르기란 불가능함을 알게 된다.

저자는 동덕여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후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생사문화산업학과를 공부했다. 이런 과정이 있나 싶게 생사문화산업학이 생소하지만 저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장례지도사란 직업을 선택했다. 당연 집안에서는 반대를 했다. 사회 통념상 장례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집안 제사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에는 온갖 죽음이 담겨 있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의 변심으로 자살한 여자도 있고, 고독사로 한참 후에 발견된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입관해야 하는 장례지도사의 고충과 슬픔마저 사치처럼 느껴지는 망연자실한 유족의 아픔을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심정도 읽을 수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장례지도사란 직업 때문에 결혼을 못할까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여성으로 적응하기 쉽지 않은 직종에서 저자는 제대로 자릴 잡았다. 현재는 첫 직장이던 상조회사를 그만 두고 종합병원 장례식장에 재직중이다. 어떻게 결혼할래?라며 주변에서 걱정했는데 행복한 가정도 꾸렸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데 망설이는 편인데 이 책은 강추다. 글도 아주 간결하면서 자신있게 잘 쓴다. 흔히 이런 책은 경어체를 쓰면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자기 직종의 지식에 대한 자신감 결여 때문이다.

반면 이 책은 저자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문장에서 저자가 인문학적 소양을 잘 갖췄다. 간결한 문제가 술술 읽히면서도 감동을 준다. 1인 출판 시대에 개나 소나 책을 쓰는 요즘 이런 책 만나기 쉽지 않다. 멀리 하고 싶지만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도 저자의 글솜씨 덕이다. 모처럼 좋은 책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