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맨 처음 바라보는 쪽 - 박구경
참새소리 일일이 빛나니
까만 동백기름에 비녀를 곱게 찌른 조모
떡이 나오거든 사촌들 오촌 당숙들에게까지 빠짐없이 돌리라며
어린 아버지 어머니 손을 잡고 방앗간 앞에 계시던 곳
내가 돌아가야 할 곳 지리산
아이들이 늙은 내 손을 잡고
출렁출렁 손자 손녀들이 뒤를 따르는 가운데 바라보던 곳
지리산 쪽 바라보는 남해 바다인가
참새소리 일일이 지저귀는
이 때 저 때
*시집, 국수를 닮은 이야기, 애지
단상 - 박구경
어떤 때...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뜨거웠지
눈에 쌓인 지리산...
눈에 시린
덕유산을 멀리서 바라볼 때
천 리를 달려
서울시청 광장에 가 이 나라 이름을 외쳐 부르다가...
마른 장작처럼 죽어가는 어머니...
괜히 엄마가 불쌍할 때
하야! 탄핵!
다시 광화문에 모여 그 기쁨과 슬픔이 뒤엉키는 때
유모차 어린 애들의 모습이
동요하지 않는 하나의 촛불로 겹쳐질 때
아주 단단하고
차가운
깨어지지 않는 돌멩이처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뜨거운 때
내 애들이어서가 아니라
꼭 내 조국이어서가 아니라
*시인의 말
지난밤 비에 젖은 언덕 위
그 곁은 채소밭
함석집 사철나무 울타리 가지치기를 하는 당신과 깡통을 두들기며 놀고 싶은 푸른 하늘입니다
이젠 이런 그림을 그리고 나서 울고 싶습니다
그는 난닝구 차림
그 곁은 살이 통통 오른 파꽃 파들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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