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따라오네 - 백무산
서쪽으로 난 문을 닫아거는 일이
내 하루 일과의 마지막 일
문고리를 풀다 눈썹이 시려
올려다보니 서산에 노을 풀어
주먹별 하나 현상하네
어두워진 길을 따라
흐리게 멀어진 뒷모습 바래듯
물빛 흐려 글썽이는 별 하나
그제는 이웃 하나 목을 매더니
오늘은 멀리서 부음이 왔네
내 눈물 흐르기 전에 새들이 먼저 울고
돌아보니 글썽이는 눈빛 하나 저만큼 따라오네
누군가 내 삶이 소슬해졌음을 알고
멀리서 글썽이는 눈빛 하나 따라오네
*시집, 초심, 실천문학사
강박 - 백무산
홍수에 불어난 강을 힘겹게 건너서는
뒤돌아보고 가슴 쓸어내린다
벌건 흙물 거친 물살 저리 긴 강을
내게도 지나온 세월 있어
지나오긴 했는지 몰라도
뒤돌아보이는 게 없는 건
아직도 쓸려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언제나 확인하고 확신하는 이 몸짓은
떠내려가면서 허우적이는 발버둥인가
내게는 도무지 사는 일이 왜
건너는 일일까
한 시대를 잘못 꿈꾼 자의 강박일까
삶은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일까
이 생의 건너에는 무슨 땅이 나올까
많이도 쓸려왔을 터인데 돌아보면,
어째 또 맨 그 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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