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재회 - 김주대
갈 때
모든 것 가져간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돌아와
보고 싶었다면
살기 힘들었다면
나는 무슨 말 해야 하는가
낯선 도시의 길바닥에
떨며 선 나를
참혹히 버리고 떠날 땐
입술 깨물며 너만은
잘살 줄 알았는데
나 혼자 앓아 누워
헛소리 헛꿈
신열의 세월 보낼 줄 알았는데
너도 앓았다니
많이 아팠다니
가도 보통 간 것인가
하루아침에
쪽지 한 장 남기지 않고 떠나가버린 것 아닌가
며칠 사이
다른 사랑 안에서
행복하다는 소식으로
나를 미치게 하고 간 것 아닌가
한 달도 못 되어
돌아와 눈물 보이며
죽음에 대해 얘기하면
나더러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인가
*시집, 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 집사재
두려운 재회 - 김주대
너무 오래 앓고 있으면
한 번쯤 온다더니
그대 정말 왔구나
돌아오면 어색해 할 것 같아
그대 손길 닿은 것 모두
그 자리 그냥 두길 잘했구나
왜 버리지 않았냐고 묻지 마라
헤어지고 처음 만난 그대를
반갑게 손 잡아주지도 못하고
누워서 눈물만 흘르는 내게
바보가 되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그대 한 번쯤 온다더니
정말 그대가 왔구나
손 내밀어
얼굴 만지고 싶어
손 내밀어
고운 머리 쓰다듬고 싶어
내 사람 아닌 그대
이제는 타인의 그대인
그대에게 가는 아픈 손이
무섭게 떨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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