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무서운 재회 - 김주대

마루안 2018. 7. 1. 09:41

 

 

무서운 재회 - 김주대

 

 

갈 때

모든 것 가져간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돌아와

보고 싶었다면

살기 힘들었다면

나는 무슨 말 해야 하는가

낯선 도시의 길바닥에

떨며 선 나를

참혹히 버리고 떠날 땐

입술 깨물며 너만은

잘살 줄 알았는데

나 혼자 앓아 누워

헛소리 헛꿈

신열의 세월 보낼 줄 알았는데

너도 앓았다니

많이 아팠다니

가도 보통 간 것인가

하루아침에

쪽지 한 장 남기지 않고 떠나가버린 것 아닌가

며칠 사이

다른 사랑 안에서

행복하다는 소식으로

나를 미치게 하고 간 것 아닌가

한 달도 못 되어

돌아와 눈물 보이며

죽음에 대해 얘기하면

나더러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인가

 

 

*시집, 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 집사재

 

 

 

 

 

 

두려운 재회 - 김주대

 

 

너무 오래 앓고 있으면

한 번쯤 온다더니

그대 정말 왔구나

돌아오면 어색해 할 것 같아

그대 손길 닿은 것 모두

그 자리 그냥 두길 잘했구나

왜 버리지 않았냐고 묻지 마라

헤어지고 처음 만난 그대를

반갑게 손 잡아주지도 못하고

누워서 눈물만 흘르는 내게

바보가 되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그대 한 번쯤 온다더니

정말 그대가 왔구나

손 내밀어

얼굴 만지고 싶어

손 내밀어

고운 머리 쓰다듬고 싶어

내 사람 아닌 그대

이제는 타인의 그대인

그대에게 가는 아픈 손이

무섭게 떨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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