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강가에서 - 남덕현

마루안 2018. 6. 30. 22:28

 

 

강가에서 - 남덕현

 

 

얼마나 아득한 일인가

 

물결 하나

강 건너 오는 것을

 

물새 하나

강  건너 가는 것을

 

바람 하나

강물에 스쳐 젖는 것을

 

무엇 하나 끝까지

바라보지 못하고

 

나는 졸다만

돌아간다

 

 

*시집/ 유랑/ 노마드북스

 

 

 

 

 

 

여름 노래 - 남덕현

 

 

울지 마라

 

나의 묽은 피는 그래도 뜨겁게 회오리치고

부서진 뼈들은 날카로운 암초처럼 잠복한다

나의 살은 날로 뒤틀려 질기고 단단하며

나의 가죽은 상처에 상처를 덮어 거칠고 모질다

 

그러나 아무도 울지 마라

 

나는 이미 하나의 완고한 삶의 양식

거친 가죽을 찢고

질기고 단단한 살을 뚫고

암초를 피해 회오리 건너

누구도 나의 깊은 곳에 도달할 수 없나니

나를 파괴할 수 없나니

 

이 여름에

아무도 울지 마라

 

여름은

개구리 우는 때가 아니더냐

 

 

 

 

# 남덕현 시인은 1966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 보문고 및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산문집 <충청도의 힘>, <슬픔을 권함>이 있고 <유랑>이 첫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