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다시 한 번 묻고 싶어도 - 김종수

마루안 2018. 6. 8. 20:03

 

 

다시 한 번 묻고 싶어도 - 김종수

 

 

한때는 뜬금없이 묻곤 했지요

날 진짜 사랑해?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디딘 곳이 사라지는

시간의 계단을 오르다 보니 이젠

삶 자체가 그런 언어를 잊어버렸군요

날 사랑해?

묻지 말아야 할 것

아무리 물어봐도 답이 없는 것

속 뻔한 질문이지만 이젠 왜

그 질문조차 잊혀지는 걸까요

생(生)의 바람이 쉼 없이

세월의 등을 떠미는 게 안타까워

다시 한 번 묻고 싶어도

그냥 가슴에 묻어야겠어요

 

그대를 아는 만큼만 안다는 건 결국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거겠지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이토록 흔들리는 거 아니겠어요

 

 

*시집, 엄니와 데모꾼, 달아실

 

 

 

 

 

 

명절 테러범 - 김종수

 

 

처음엔 안 그랬는데

옛날엔 설렘도 있었는데

 

육십이라고 누구나 다

귀가 순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육십갑자 돌고 나니

명절이 명절이 아니다

 

명절 때마다

명절을 테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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