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우연히 내게 도달한 별빛에게 - 이재섭

마루안 2018. 5. 28. 19:42



우연히 내게 도달한 별빛에게 - 이재섭



그래, 20억 광년을
그 어둡고 적막한 우주를 달려
오늘에야 비로소 내게 도달한 너의 눈빛을,
그렇게 힘겹게 내게로 온 너의 신호를,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구나.


그래, 네가 보낸 그 눈빛
지금 내게 무사히 안착하였다.
이것으로 20억 광년을 졸이던 너의 마음 조금은
안심이 되었으면.
이것으로 너의 그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나도 오늘 네게 신호 하나를 보낸다.
이 또한 20억 광년 우주를 달려 네게로 갈 텐데
그때까지 너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내 신호를 기다려 줄 수 있겠니.
그 때 너도 내 눈빛을 금방 알아보고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할 수 있겠니.



*시집, 석탄, 시담포엠








사망유희 2 - 이재섭



너를 알기까지 우린 아직
제대로 노는 것을 배운 것이 아니다.


제대로 한번 놀아보지도 못한 채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다.


"맘껏 놀고 오라"는 것,
숙제라곤 고작 그 하나뿐인데


그 숙제 하나도 못 한 채
내일 학교에 갈 수는 없다.





# 이재섭 시인은 1957년 충남 보령 출생으로 2015년 계간 <시선>으로 등단했다. 금오공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와 가천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켄트대학에서 사회정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오랜 기간 문학을 품고 살다 환갑 나이에 첫 시집인 <석탄>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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