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꽃 지거든 - 이창숙

마루안 2018. 5. 16. 21:39



꽃 지거든 - 이창숙



탓하지 마라, 꽃이 진다 해도
꽃은 깊은 사유에서 오는
아름다운 절정인 것을


절정에 이르러서 우는 목숨
그건 금간 시간의 애증인 것을


애증의 골짜기에 쇼팽의 장송곡이 흐르고
무덤가에 꽃 뿌리는 2악장
두 볼 가득 눈물, 꽃 지거든



*시집, <바람든 무, 내 마음에게>, 눈빛








뒤를 돌아보지 마라 - 이창숙



뒤를 돌아보지 마라*
지나온 길을
눈물로 훔쳐보지도 마라
봄비에 어깨 젖은
감나무를 보며
내 몸속 아픈 뼈마디에
아직도 생을 긷는
전율하는 기운을 얻으니
비로소
먼지가 살아가는
마른 눈물의 기쁨을 보듯
뒤를 돌아보지 마라
빈 배 한 척
흔들리며 지상에 떠 있고
우주로 떠난 검은 외투 입은 사람은
힘겹게 시간의 둥지를 마련하고 있다
돌아보지 마라
이 부질없음


*화가 박이소 님의 작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