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저 어미의 턱 밑 - 황학주

마루안 2018. 5. 14. 20:35



저 어미의 턱 밑 - 황학주



어느 어미가 저 빗물 속에 서 있네
하루 어깨 속에 벌겋게 다는 전구알이 들어 있네
차내 음악소리와
울퉁불퉁한 짜증을 틀어놓고 길이 뛰고,
해리까지 지금 가도 어미의 바쁜 걸음을
큰 광주리 보자 태워주지 않는 시내버스
파문이 큰 얼굴이 떨어지듯 멀어진다
절걱절걱 압축해 오는 짝다리
눈에 들어서 불어터지는 저 어미를 내가 부르지 못하나
봉지처럼 어깨 뜯어서 져다 부린 생애
젖은 밥을 두북두북 떼어준 어미 한 번을
나 저리도록 무릎에 앉혀보지 못했네
저 슬프고 깊은 턱밑이리
사람들이 한 번씩 떨어져 우는 치명적인 곳.



*시집, 갈 수 없는 쓸쓸함, 미학사








어머니는 갈대들이 싹싹하게 어울리는 세상을 보고 - 황학주



슬픔 기쁨이 다 키를 넘었고
오므라진 뼈다귀도 용추폭포 물맛을 보았고
예전의 자리에 복직될지 모르는 네 아버지보다
빤듯한 공장에 너 하나는 넣었으니까
부르게 먹는 것 있다
콩알만한 봄이 오면 봄이 온 것이니
좌판에 앉은 응어리살을 들고
바람 안 빠지는 탱탱한 뱃속을 끌고
얘야, 이제 목욕가서 풀썩 내려앉듯이
마음 풀고 줄이 능청거리듯이
흠집투성이 갈대들이 언덕을 만들어
싹싹하게 어울리는 세상에.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과 그 가문 - 심은섭  (0) 2018.05.14
추억 속의 들꽃 한 송이 - 정윤천  (0) 2018.05.14
끝이 휘어진 기억 - 김남호  (0) 2018.05.14
거울 앞에서 - 박승민  (0) 2018.05.14
문밖에서 - 박용하  (0) 201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