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소금 사막 - 이건청

마루안 2018. 5. 13. 22:41



소금 사막 - 이건청



나, 이 길 가고 또 가면
해지는 10년이나 20년을 만나리라
무거운 말들으 캐내어 짊어지고
허위허위 헤쳐 간 늙은 남자가
피와 살 모두 떠나보내고 나면
사막에서 죽은 낙타 형해 곁에
아주 조그만 뼈 몇 개로 남으리라


시의 땀에 절은 한생애도
흩어진 몇 조각 뼈 곁에
한줌 소금으로 남으리라,
바람에 불려 사막으로 흩어져 갈
소금으로 남으리라.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서정시학








북향 - 이건청
-주작朱雀을 모티브로



초승달이 되어버렸는지,
북극성이 되어버렸는지,
너무 멀어 보이질 않는구나
한 생애의 밤 다 사위어 가는데
기미조차 없구나,
그냥 밤이로구나, 캄캄하구나


자작나무 어느 가지에
소쩍새 되어 앉았는지,
안 보이는 몸으로 왔다가
밤안개에 섞여 가버렸는지,
알 수 없구나, 알 수 없어


사람아, 오지 않는 사람아
나 백발 다 되도록 여기 서 있으려니
머리카락 하나로라도 와다오
백발 하나만이라도
손바닥 위에 남겨주고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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