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한식의 품격 - 이용재

마루안 2018. 4. 28. 18:39

 

 

 

한식의 품격이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으나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많은 책들이 제목이나 광고만 요란하지 알맹이가 빈약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과 내용물이 잘 어울린다. 모처럼 품격 있는 음식 비평글을 읽었다.

여기저기 온통 게걸스런 먹방만 있지 제대로 된 음식 비평 불모지에서 이렇게 고급 비평집이 나왔다. 품격 있는 음식 평에다 저자의 글발도 좋다. 두 가지 다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문데 이 사람은 다르다. 비평도 예리하고 논리적인데다 글발이 좋으니 술술 읽히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5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흥미가 더해지면서 단숨에 읽게 만드는 것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빼어난 글발 때문이다. 편리한 것만이 능사인 스마트폰 세상이라 긴 글이 잘 안 읽히는다는데 이런 글이라면 얼마든지 읽겠다.

다양한 음식 분야에 비평을 했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공감을 했다. 가령 매운맛이 한국적이라며 모든 음식이 매운맛으로 유행을 타는 것을 단조로온 통각의 세계로 진단을 한다. 맞는 말이다. 무조건 매우면 맛 없는 것도 중독으로 커버한다.

외국인에게 참기름 냄새는 고소함이 아니라 낯설고 이상한 냄새다. 그런대도 한국 음식의 마지막은 참기름 한 방울로 점을 찍는다. 완성의 낙관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또 떡볶기의 쫄깃함과 오징어의 씹는 맛을 한국 음식의 특색으로 내세우는 것을 비판한다. 나도 이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것이 진짜 한국적이라면 한국 음식은 영원히 변방 음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맵고 쫄깃함이 떡볶이의 특색이고 이 맛에 먹는다지만 이것이야 말로 한국 음식의 특색이자 한계이다. 나는 몇 년전에 영국에서 이란 출신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라면과 떡볶이, 잡채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 라면과 떡볶이를 맛보고 질겁한 것을 봤다.

뜨겁고 매운 국물에 담긴 라면은 젓가락도 대지 않았고 떡볶이는 한 잎 먹더니 마치 개껌을 씹는 것 같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친구가 그래도 잡채 접시는 비워서 다행이었다. 소수의 친구를 제외한 많은 외국인들이 이 맵고 쫄깃한 한국 음식을 그냥 한 번 경험한 것으로 여겼지 터키나 중국 음식처럼 대중적 음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찬이 밥을 먹기 위한 보조 음식인 것과 국물 음식이 많은 것도 한식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우리야 이것이 체질화 되어 못 느끼지만 외국인 이 뜨거운 국물과 매운 김치를 참 어색해 한다. 아무 간도 되어 있지 않은 탄수화물 덩어리 흰밥을 먹기 위해 반찬과 국물이 옆에서 보조를 하는 형태의 식단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견해를 갖을 수는 있지만 저자의 음식 비평이 많은 부분에 공감이 가는 것은 나도 평소에 이런 밥상 구조가 변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 음식은 한국인이 먹기 위한 음식이다. 그렇더라도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막무가내식 구호보다 이제 한국 음식도 조금 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음식 비평 문화의 품격을 높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