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기척 - 이선이
무어라 부르랴
봄햇살 속,
온몸 가득 햇미역 냄새를 두르고
낮은 지붕을 두드리며 내게 오는 저것을
해거름 처마 밑이나
불꺼진 아궁이에 잠겨드는 그늘,
그 속에서 홀로 공명하듯
아득히 뒤척이는 뒤척거리는 소리
그러나 어김없이
저녁 안개 가득한 가슴팍을 더듬어
아린 듯 젖망울 끝에서 피어나는 기미들
내 숨결이 보채는 밤
반달에 기댄 창 틈으로 한없이 무너지는 마음
하지만 낮은 베개를 돋우고 또 돋우는
그 무량한 시절
쌀을 씻어 안치며 어김없이 되뇌이는
무어라 이름하랴 저 마음을
삶에게 일러
나 무어라 말하랴
이 지독한 기척들을
*시집, 서서 우는 마음, 청년정신
봄눈 꽃눈 - 이선이
지금은 꽃길 낼 일로 천지는 분주하여라
이제 헤어지는 사랑이란 건, 평생은
녹지 못할 눈사람으로 남을 일
그 사람 뒤로 언제나 쏟아지고 쏟아지고 할,
하늘-땅- 끝이지만
꽃쫓을 발목 붙들고 지새워야 할
하얀 봄밤이 따로 있을 일
길이란 이제금 꽃길 아니면 숨거둘 양으로 허벅지지만
문질러 지워야 하는 가슴팍 언저리에
쏟아지는 거
쏟아지는 거
꽃숭어리 같이 보드랍게 아린 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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