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남산 도서관의 봄

마루안 2018. 4. 11. 20:37

예전에 열여덟 살 무렵에 남산 도서관을 처음 갔다.

책을 읽기보다 입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일찍 독립해야 했기에 알바를 하면서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공부를 하다 도서관이 닫힌 후 늦은 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남대문까지 걸어서 내려왔다.

그 길을 오르고 내릴 때면 남산의 은행나무 길이 계절마다 바뀌는 것을 봤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용산 시가지의 환한 빌딩 숲 사이로 내가 편히 머물 공간 하나 없다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그때는 독서실에 먹고 잤다. 근처 식당에서 하루 식권 두 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잘 때는 공간이 너무 좁아서 의자를 책상 위로 올려 놓고 책상 밑으로 발을 뻗고 잤다.

 

모든 것에 목말라 있던 때라 수음을 자주 했다.

봄꽃이 환하게 핀 날 우연히 창밖에 만발한 벗꽃을 봤다. 스무 살의 청춘은 뜨겁기만 했지 정된되지가 않았다.

순간 사타구니에 힘이 잔뜩 들어가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격렬하게 수음을 했다.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삼키는데 떨어지는 꽃잎처럼 정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내 고단한 청춘은 그때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흩어졌을까.

남산 도서관은 아픈 시절이 있었다.

 

 

 

 

 

 

Neil Diamond -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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