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진달래 필 무렵 - 최정

마루안 2018. 3. 31. 22:12

 

 

진달래 필 무렵 - 최정
-엄마의 꽃2


언제 꽃 피는지 잊어버린 목소리가
녹슨 호미날 같다

진달래 꺾어 꽂아두고
꽃 보러 오라 전화하던 어머니
지천으로 꽃 피었을 산이 궁금해
달려가곤 했다

뜰아래 채송화처럼
은근히 모녀지간 확인하던
진달래 필 무렵

꽃 보러 오란 말씀 없는
칠십 고개 어머니가 궁금해
달려가는
다시, 진달래 필 무렵

언제 꽃 피는지 잊어버린 목소리가
녹슨 호미날 같다

 

 

*시집, 내 피는 불순하다, 도서출판 우리글

 

 

 

 

 

 

불면증 - 최정


내 피는 불순하다

이웃집 담장 기웃거리는
암고양이 눈빛처럼

수상하다

단 한번도
사랑을 믿지 않았던 것처럼

불임(不姙)의 세월 친친 감아

단단한 고치 틀고
동그랗게 말려 잠들고 싶은,

 

 

 

 

 

*서시

 

저녁마다 타오르는
노을의 붉은 심장을
훔치고 싶었다.
왜,
어둠과 만나야
아름다워지는지
물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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