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히포구라테스 선서 - 김연종

마루안 2018. 3. 27. 20:00



히포구라테스 선서 - 김연종



이제 疑業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는 고객의 외모와 재력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보증인의 지갑상태를 고려해 과업을 착수하겠노라
내정의 비밀을 간파해 疑業의 편법과 사이비 정신을 계승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원수처럼 시기하고 모함하겠노라.
학연 지연 혈연 피부 색깔 등을 고려하여 오직 목좋은 곳을 골라 착취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간주하여 수탈하겠노라.
비록 모욕을 당할지라도 해박한 나의 지식을 돈벌이에 어긋나지 않게 철저히 위장하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욕망의 그래프로 나의 공명심을 받들어 실천하겠노라.



*시집,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지혜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 김연종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선서를 마친 히포크라테스가 컴컴한 방에서 차분히 옷을 벗고 마음 놓고 발작한다 선서 때마다 발작이 도지는 그는 다시는 거짓맹세 따윈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발작 후 수면처럼 그는 또 나른해지고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눈을 흘긴다 옷 속에 깊이 파묻혀 있던 무의식이 발작 중에 슬그머니 발목을 빠져 나와 거리의 악마와 동행한 것이라 짐작한 히포크라테스가 또 다시 히죽거린다 세상에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출현한 집단무의식의 신종 바이러스들이 졸고 있는 그의 내면을 일으켜 세워 의식의 자판을 두드린다 처음 선서를 시작하던 시절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신종플루, 치료제가 전무한 조류독감, 수족이 변형된 수족구병과 만나기 위해 빙의의 컴퓨터 이곳 저곳을 배회하며 접신을 시도 한다 발작의 촛대를 찾지 못한 촛불들이 모니터 주위에서 깜박거린다 발작만이 그에게 위무의 백신이요 항바이러스제요 세상에 대한 면역이다 발작은 여전히 계속되고 매일 새롭다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도 히스테리 발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