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달빛 속의 키스 - 박남원

마루안 2018. 1. 28. 18:48

 

 

달빛 속의 키스 - 박남원

 

 

흥건히 젖은 달빛 길을 걸어보았는가.

어둠과 달빛에 반씩 젖은 구름 한 떼가

먼 산발치에 아무도 몰래 내려앉는 것을 보았는가.

외롭다는 것은 사람 속에 별이 저문다는 것

저문 별을 찾아 산마루길 넘는다는 것.

누구나 낮은 자들의 눈물을 말하는 것은 쉬워도

누구나 낮은 자들과 함께 걷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아도

어둠이 와도 끝내 사랑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증오마저 쌓일 만큼 그대를 사랑하고

증오마저 넘어 마침내 달빛 길에 이른다면

진실로 너를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것이리.

온몸에 어둠에 젖은 달빛을 묻히고

이 세상이 다 가기 전에 네 속으로 내려앉아

너를 안고 영원토록 키스할 수 있으리.

 

 

*시집, 캄캄한 지상, 문학과경계사

 

 

 

 

 

 

뜨거워지마 - 박남원

 

 

내 비록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도

힘들수록 너에게 가서 뜨거워지마.

바람이 불고 우리들의 체온이 자꾸 곤두박질치는

어려운 밤이다, 너 또한

촛불처럼 바람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사람 속에 머문다 하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 그리워

저마다 깊은 어둠 속에서 눈물겨운 별들을 바라보게 되고

사람 속에 머문다 하나 사람들은 모두 우리로부터 아득하여

간혹 사람들의 머리 위로 새벽별 진다.

 

뜨거워지마, 뜨거워지마

이 어려운 밤길에 별조차 저무는데

그대의 흔들리는 숨결을 두고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어찌 견딜 수 있으리.

어찌 이 냉혈의 겨울 다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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